그날 밤, 병원에서 곰에게 맡겨진 뜻밖의 임무
놓아버리는 순간

피터의 목소리는 어느 순간 어둠 속으로 삼켜지듯 사라졌다. 하나는 밧줄이 손에 닿는 감각, 그 안에 실린 긴장감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갑자기 밧줄이 툭 하고 튀었다. 손아귀가 흔들렸다. 고정시키기도 전에 줄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매듭—분명 묶어 두었는데, 그렇지 않았나? 밧줄이 미친 듯이 풀려 내려가자 공포가 가슴을 할퀴었다.
하나는 몸을 던지듯 줄을 붙잡으려 했지만, 밧줄은 손바닥을 스치며 타들어 가듯 지나갔다. 너무 빨랐다. 너무 거세게. 그리고—끝이었다. 밧줄은 힘을 잃은 채 축 늘어져, 바람에 가볍게 흔들릴 뿐이었다. 하나는 심장이 귀 옆에서 뛰는 소리를 들으며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저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에게는 붙잡을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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