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병원에서 곰에게 맡겨진 뜻밖의 임무

말없이 통하는 순간

하나는 어깨를 낮추고 몸을 최대한 아래로 숙였다. 눈빛도 부드럽게 풀었다. 자신을 작고,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로 보이게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동원했다.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어떤 훈련으로도 대비할 수 없던 이 상황에서, 무엇이 ‘정답’일지 찾으려 애쓰며. 이건 공격이 아니었다. 곰의 자세, 온몸에 서린 긴장은 전혀 다른 걸 말해주고 있었다. 보호.

곰이 지키고 있는 그 작은 꾸러미는 너무도 연약해 보였다. 곰의 몸이 미세하게 떨릴 때마다 하나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였다. 다가오지 마. 하나는 입을 열지도,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다만 그 자리에서 조용히 다짐했다. 지금 당장 도울 수 없다면, 도울 수 있는 누군가를 반드시 찾아오겠다고.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자신에게 해칠 마음이 없다는 걸, 곰이 알아듣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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