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병원에서 곰에게 맡겨진 뜻밖의 임무
숱한 거절 속에서 찾아낸 단 한 번의 “예스”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뜨거웠지만, 하나의 발걸음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는 건 다 거절과 변명뿐이었고, 그럴수록 그녀의 결심은 더 단단해졌다. 병원 복도를 가르는 그녀의 움직임은 거의 폭풍에 가까웠다. 목표는 분명했고, 시선은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조용히 묻혀버리도록 내버려둘 생각은 없었다. 누군가는 이 일에 마음을 써야 했다. 누군가는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을 함께 봐야 했다.
그 ‘누군가’가 바로 스티브였다. 어떤 압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메스를 잡으면 누구보다 예리하며, 미지의 상황 앞에서도 물러서는 법이 없는 사람. 하나의 얼굴을 한 번 스쳐본 것만으로도 그는 상황을 알아챘다. 장황한 설명 따위는 필요 없었다. “가서 뭐가 가능한지 보자.” 그는 이미 걸음을 떼며 말했다. 안도감이 하나의 몸을 전율처럼 훑고 지나갔다. 그 밤 처음으로,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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